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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관리는 경영학도라면 반드시 들어야 하는 필수전공과목이다. 대학에서는 경영관리를 듣지 않으면 회사에 들어가서 아무것도 못하는 것으로 배웠다. 그러나 이 과목을 들었던 나도 입사 후 정말 아무것도 못한다는 훈계를 들은 적이 있다. 커피를 못 탄다는 이유에서다. 1980-1990년가 배경인 하는 드라마를 보면 심심치 않게 “미스김, 여기 커피 한 잔만”이라는 대사를 들을 수 있다. 그들의 성은 다양했으나 앞에 ‘미스’는 여성이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직함 같은 것이었다. 커피를 만들고 자투리 시간에는 서류 파일을 정리하고 테이블을 닦는 것이 2번째 업무다. 경영관리를 줄여서 ‘경리’라고 부른다. 그러나 실제 경리는 내가 대학에서 배운 두꺼운 책 내용과는 거리가 먼 일을 도맡아 했다. 사무실 청소, 커피 타..
2016.09.18 PM 10:55낯설다몇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것.알고 있음에도 매번 처음겪는것 같은 느낌.명절에 집에 내려갔다가 다시 내 자취방으로 돌아와 홀로 문을 따고 들어올때그리고 그날밤.생리통에 미친듯이 욕지꺼리가 나올때어정어정 기어 약통을 뒤지고 진통제를 입에 털어넣을때이제는 눈물이 먼저 나올때.아픈게 서럽고 서러우니 엄마가 보고 싶다.엄마가 없는게낯설다. 2016.09.20 PM 4:06모든 악조건과 경험이었다고 해도 언젠가 좋은 추억이고 배움이 될 거라고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살다보니 세상엔 참 쓸모 없는 것들이 많다.생각할 시간을 갖자는 사람에게 왜냐고 묻는것.헤어질까 말까 묻고 고민하는 시간.도무지 이해가지 않는 사람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는 것. 2016.09.29광동제역에서 ..
나는 큰엄마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큰엄마라고 부르는 옆집 아줌마가 있다. 어릴 적 부모님과 찍은 사진보다 큰엄마와 찍은 사진이 더 많은 걸 보면, 대부분 내 유년 시절은 큰엄마와 함께 했음이 틀림없다. 큰아빠라고 부르던 옆집 아줌마의 남편은 해외 출장이 잦아서 집을 자주 비웠다. 그래서 큰엄마는 아들 둘의 양육을 도맡았다. 부모님이 아침에 출근을 하자마자 나와 두 살 터울인 여동생은 그 집으로 쪼르르 달려가 큰엄마에게 밥을 달라고 졸랐다. 두 달 전 사촌언니 집에 놀러 갔다가 형부에게 들은 얘기다. 어느 날 야근을 하고 집에 왔는데, 불이 다 꺼진 거실에서 언니가 한 손으로는 네 살짜리 첫째에게 밥을 먹이고 있었고, 다른 한 손으로는 신생아인 둘째를 안고 흐느끼고 있더라고. 이와 비슷한 말을 하는 지인..
2016.05.29 알고 있던 진리를 의심하고 그로 인해 주변과 마찰을 빚더라도 다른 진리를 찾아 떠나는 인생도 괜찮은 선택이고 내가 믿어왔던 진리에 대한 신념을 더 굳건히 해서 이를 주위 사람들과 함께 지켜나가는 인생도 괜찮은 선택이다. 결정은 당신이 하면 된다.–채사장, 현실너머 편, 한빛비즈 2015 p.57 세 달 전에 첫 취업한 여동생이 일이 맞지 않는 것 같다며 고민을 털어놓길래 위로를 해보겠다고 이 문장을 말해 준 적이 있다. 결정은 네가 하는 거고 그에 대한 책임은 네가 지면 끝이니 남의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엄마에겐 내가 말해주겠다라며.다소 무책임한 발언일 수 있으나 내가 첫 직장을 다니다가 3개월의 고비를 겪고 있을 때 똑같이 했던 고민이라 해결책이 뭔지 알고 있었다...